반도체 성과급

미국엔 ‘실리콘밸리’, 한국엔 ‘반도체 벨트’… 왜 공돌이의 성과급 잔치엔 눈을 흘길까?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직장인 커뮤니티와 언론을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단연 ‘반도체 성과급’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서 터져 나오는 역대급 성과급 소식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미국의 구글, 메타, 엔비디아에 다니는 직원들이 수억 원, 수십억 원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았다는 뉴스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경하는 이들이, 왜 화성, 기흥, 평택, 이천, 청주의 반도체 공장 직원들이 받는 정당한 보상에는 유독 날 선 반응을 보일까요?

오늘은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공돌이 잔혹사’와 성과급을 둘러싼 시선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계열사 간의 볼멘소리, 그 속내

삼성전자 내에서도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들리고,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등 계열사 직원들도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볼멘소리가 과연 순도 100%의 불만일까요? 저는 오히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과 희망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과정과 주변 변수가 어찌 되었든, DS 부문이 압도적인 글로벌 경쟁력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많이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과거 DX 부문이 잘나갈 때 그런 확실한 보상 선례를 만들지 못하고 지금 다소 주춤해진 상황에서, DS 부문의 거침없는 추진력이 부러울 뿐인 것이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언제든 DX 부문이나 다른 계열사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반도체만큼 돈을 벌면, 똑같은 기준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동료의 정당한 보상을 깎아내리기보다, 우리도 저만큼 받을 수 있는 판이 깔렸음을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요?

2. 세상을 바꾸는 ‘공돌이’, 왜 대우는 여전히 짠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공계 인재, 소위 ‘공돌이’에 대한 대우가 지독하리만치 짰습니다. 그저 기업을 굴리기 위한 ‘대체 가능한 부품’ 정도로 인식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공대생들이 밤새워 연구하고 만들어낸 TV, 세탁기, 에어컨으로 기가 막히게 편한 삶을 누립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죠. 하지만 이 모든 문명의 이기를 창조해 낸 주역들은 언제나 ‘그저 공돌이’일 뿐이었습니다.

  •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보다 잘난 척해서도 안 되고,
  • 금융권 종사자들이 억대 성과급을 받을 때는 조용하다가도,
  • 이공계 엔지니어가 돈을 많이 벌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눈을 뒤집습니다.

눈물겨운 잔혹사, ‘공밀레’를 아십니까?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을 한계까지 쥐어짜는 모습을 두고 우리는 ‘공밀레’라는 씁쓸한 속어를 씁니다. 에밀레 종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가마에 넣었다는 슬픈 설화처럼, 엔지니어들이 하나의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삶을 갈아 넣는 현실을 비유한 말입니다. 이처럼 소모품 대접을 받으면서도 세상을 바꿔온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들입니다.

3. 문과 중심의 기득권 사회가 보여주는 모순

성과가 있는 곳에 확실한 보상이 따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원리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기자, 언론, 사회단체, 학계 등 소위 문과 출신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은연중에 깔보았던 ‘공돌이’들이 막대한 부를 거머쥐자 모순된 태도를 보입니다. 심지어 대기업의 이익을 사회 환원해야 한다는 식의 공산주의적 발상마저 서슴지 않고 내뱉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엔지니어들이 밤낮으로 야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피 터지게 싸워 세상을 바꿔놓는 동안, 당신들은 과연 국가와 사회에 그만한 업적을 이루어 냈습니까?”

4. 충성심은 결국 돈으로… 교육 문화까지 바꾸는 보상의 힘

고전 삼국지 게임을 해본 분들은 격하게 공감하실 겁니다. 장수들의 충성심을 올리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결국 ‘황금(보상)’을 주는 것입니다. 현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최고의 인재를 모으고 붙잡아 두려면 그에 걸맞은 압도적인 보상을 해야 합니다.

왜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는 의사, 변호사, 금융권 부부만 살아야 합니까? 밤을 새우며 세계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낸 엔지니어가 강남 아파트를 사고 부를 누리는 것이 왜 손가락질받을 일입니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공돌이들은 앞으로 더욱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교육의 고질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1. 전교 1등부터 3,000등까지 무조건 의대만 고집하는 기형적인 문화
  2. 문과를 나오면 로스쿨이나 회계사 시험에만 목을 매는 현상

과학고를 나와 공대에 진학하고, 더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막대한 부를 얻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습니다.

🔑 마치며: 역사의 모멘텀을 만든 이들에게 박수를

개인적으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생활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과거 SK하이닉스발 성과급 논란 당시 그가 내린 과감한 결단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보상 체계를 뒤흔든 위대한 모멘텀이었습니다. 이에 맞서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당당하게 요구한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위원장의 행보 역시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이제 ‘공돌이’라는 단어는 비하의 속어가 아닌,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그에 걸맞은 부를 쟁취한 당당한 영웅들’의 이름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엔지니어들의 정당한 성과급 잔치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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